덕수궁 둘레길 산책
일요일 아침 11시 정동길 여행
구한말부터 있던 오래된 건물들이 주는 편안함이 좋다. 온전히 우리의 것도 아니지만, 그 단정함 가운데를 걸으며 바람 향 함께 아침 단풍길을 걸었다. 남자 둘과 함께 걷는 산책에서 그 둘은 별 말이 없다. 나 혼자만이 머리에 별을 달겠노라고, 빨간 단풍을 주워서 남편의 머리와 나의 머리에 꽂고 마치 의도하지 않고 머리에 떨어져 붙은 양, 괜한 장난에 오랜만에 마음이 들뜬다. 나는 산책하고 있는 가족들의 뒷모습을 즐긴다. 배경과 하나가 되어 걸어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고 있으면 함께 걸을때보다 더 정겹게, 아련하게 느껴진다. 감성팔이는 나 혼자 하고 있고, 남편은 아들에게 역사이야기를 해주느라 바쁘다. 오랜만에 버스킹을 하는 외국인의 재즈음악을 듣고 앉아, 한곡만큼의 콘서트 비용을 지불하고 또 걷는다. 이 길을 걸으면 헤어진다는 미신을 아이에게 전수하며 둘러봐도 연인의 모습은 찾을 수가 없다.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입을 삐죽거리는 아이이지만, 아이는 아마도 사랑하는 연인을 지키기 위해 아마도 이 거리는 그녀와 함께 오지 않을 것이다. 예쁜 풍경들을 보니 저절로 이쁘다 이쁘다 감탄사를 연발하지만, 몇달전 읽은 데이비드 호크니의 말처럼 사진은 인간의 시각을 담아내지 못하므로 그 표현이 한정적이다. 렌즈를 바꾸거나, 파노라마를 찍으면 좀 다를 수도 있지만, 사진은 그 순간의 사람의 감정을 담아내기에는 역부족하다는 말에 공감한다. 그래서 사진의 시선과 화가의 시선이 다르다고 하는 것인가 보다.풍경화를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전 부터 해왔지만, 아직은 자신이 없고, 사진으로 연습하는 그림 아닌, 진짜를 보고 그리는 연습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점점 더 강해진다.
정동빌딩-이화고-정동제일교회-서울시립미술관-덕수궁산책길-성공회교회-몇년전 다시 오픈한 영국대사관 옆길-그리고 다시 정동빌딩에서 맛있는 점심 한 끼로 소박한 가을 여행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