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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대중사이

영화 벨파스트

by 하린halin 2022. 5. 3.

이별보다 함께 했음이 감사한

버디의 아일랜드판 고향의 노래

 

누구도 원치 않은 이별을 경험한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영화

우리의 아픈역사도 함께 떠올라 마음이 아픈 영화

고향이 그리운이에게 애절함을 남기는 영화

 

 

추천 별네개 ★★★★☆

 

 

차가운 기운이 여전하시지만 봄을 알리는 입춘을 맞았을 때의 기분이랄까. 우리 집 사람 중 2명은 코로나에 걸렸고 그 둘을 돌본 나는 아직까지는 말짱하다. 누군가는 오히려 코로나로부터 자유롭고 싶어 코로나에 걸리고자 하는 사람이 있는 그때에 내가 아는 누군가의 아버지는 코로나로 갑자기 돌아가셨다. 자연보호를 한다며 쓰레기를 한 줌 주워 오는 것으로 세상이 바뀌지는 않는다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나로 인해 그 누군가 이렇게 쓸쓸하고 아픈 상황을 마주하지 않게 하기 위해 이토록 애써왔는데...

눈앞에서 이런 상황을 겪게 되니, 결국 우리네 사는 세상, 하나뿐인 지구도 결국 이렇게 되지 않을까 하는 절망적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어찌 되었든 살랑거리는 봄바람, 밖을 나가 꽃구경을 하는 것이 마땅하건만, 인파도 많고 다친 다리를 절뚝거리며 봄 나들이를 갈 수가 없어서 코로나를 극복하고 신나게 친구들과 놀기 산매경에 빠지 아들을 뒤로하고 남편과 함께 그토록 가보고 싶었던 명필름아트센터로 향했다.

 

장르 드라마

개봉 2022년 3월 23일
감독 케네스 브래너  Kenneth Branagh
출연 버디_주드 힐  Jude Hill 할머니-주디 덴치 Judi Dench 할아버지_시아란 힌즈 Ciaran Hinds
        엄마-케이트리오나 발피 Caitriona Balfe 아빠-제이미 도넌Jamie Dornan

 


이 영화는 좋은 영화다. 밝으면서도 감동적이며, 유쾌하면서도 슬프다. 작년에 보았던 코다에 이어 드라마란 어떠해야 하는지 잘 보여주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감독의 어린 시절을 담았으니 당연히 이 영화는 성장영화이고 성장영화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겪고 마주한 상황 속에서 어떤 방향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갈림길을 보여준다.

그 길이 맞은 길, 훌륭한 선택이었는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그 반대편의 선택에 대해 늘 생각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시간과 사건이 결국 운명처럼 삶을 이끌어 가게 한다.

 

요즘 읽고 있는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에서 나에게 가장 큰 울림을 주었던 것은 소크라테스의 질문에 대한 부분이였다. 나의 행동과 생각이 왜 그러한지에 대해 그렇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다 보면 결국 자기 자신과 조우하게 된다고 그는 말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정체성의 질문의 끝을 향해 갈 수록 감독은 아마도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아일랜드 그 동네, 그 사람들과 만나게 되었을 것이다. 달콤 쌉쌀한 초콜릿처럼 아련하고 행복하면서도 마음 아픈 추억들을 떠올리며 감독은 영화를 만들고 그 조각을 하나하나를 꺼내 인생에 한 번쯤을 겪었을 이별, 익숙하고 편안하고 아름다웠던 것으로부터 떠나야 했던 그 이별의 공감대 만들어 관객의 마음을 묵직하게 울려주고 있다.

지금 자신을 있게 해준, 그 든든한 뿌리가 되어 주었던 고향 아일랜드에 대한 고마움, 그리움이 덤덤히 그려져 그 어느때 우리가 겪었던 그 동일한 경험담으로 마음을 적신다.

 

벨파스트 영화의 배경은 역사적인 갈등과 아픔의 한복판이다. 마치 4.3 사건이나 5.18처럼 지역 전체가 들들 끓는 용광로가 되어 뜨거운 고통과 두려움으로 작은 꽃들을 쓰러뜨리고 꺾어버렸던 역사와 닮았다. 그리고 그 한 순간 한 복판에 주인공이 서있다. 누구의 편에 설 것인가를 강요받고 친구가 원수로 변하고, 폭력이 정당화되는 순간에 서 있을 때 느끼는 상실의 마음. 한편 이 영화가 큰 울림이 있는 이유는 어른의 눈으로 본 폭력과 신념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 아니라 다정한 이웃, 소중한 친구, 사랑하는 가족에게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사회의 폭력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은 많지만, 다정한 이웃, 소중한 친구, 사랑하는 가족은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이기에 더 큰 공감으로 그 상실을 상상해보라, 경험을 들추어보라 말하고 있는 게 아닐까?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죽은이들, 떠난이들 그리고 그렇게 사람들을 떠나보내고 남겨진 사람들이 있다. 더 큰 슬픔은 이렇게 슬픔과 이별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 그 어디엔가, 지금 이 순간에.

 

사랑스러움이 뚝뚝 뭍어나는 버디, 그리고 누구나 가슴속에 바라고 바라는 든든한 바위 같았던 유쾌한 할아버지, 또한 그를 떠나보내며 그가 떠난 것보다 그가 우리와 함께 있었음을 감사하라는 영화가 남긴 대사...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다.

 

PS :개인적 의견으로 영화번역 끝에 "lost"를 실종이라고 한 게 좀 어색하다... 실종은 missing 이고, missing과 lost는 많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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